뇌출혈 진단, 보험사는 왜 보상을 거부할까요?

교통사고 이후 며칠이 지나 극심한 두통이 왔습니다. 병원에서 CT를 찍었더니 뇌출혈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사고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보험사는 “기존 질환 때문”이라며 보상을 거부합니다.
반대 상황도 있습니다. 야근과 과로가 이어지던 중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회사업무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용자는 고혈압 때문이라고 합니다.
뇌출혈 사건에서 가장 자주 부딪히는 벽은 인과관계입니다. 사고가 원인인지, 기존 질환이 원인인지를 두고 다투는 과정에서 보상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인과관계를 판단하는지, 기왕증이 있을 때 실제로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정리했습니다.
뇌출혈, 법원은 인과관계를 어떻게 판단하는가

뇌출혈은 외상성과 비외상성으로 나뉩니다. 교통사고처럼 외부 충격이 직접 원인인 경우, 과로나 스트레스가 기존 혈관 질환을 악화시킨 경우, 의료 시술 과정에서 발생한 경우까지 다양한 경로로 발생합니다. 그런데 보험/보상 분쟁에서 핵심은 하나입니다. “이 사건이 없었다면 뇌출혈이 이 시점에 발생했겠는가.”
법원은 사고나 업무 과부하가 뇌출혈의 직접적이고 유일한 원인이 아니더라도, 기존 질환과 함께 작용하여 출혈을 일으킨 경우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사고 자체가 경미하더라도 이후 치료 과정에서 누적된 신체적 부담이 뇌출혈의 발생에 기여했다면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리 뇌출혈이 발생했더라도 사고와의 연관성이 희박하다고 판단되면 보상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인과관계가 부정되는 경우 – 기왕증이 결정적일 때

반대 사례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사고의 충격이 경미하고, 영상 검사에서 교통사고와 무관한 기존 질환이 확인된다면 법원은 인과관계를 부정합니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4. 2. 8. 선고 2022가단76606(본소), 2023가단81285(반소) 판결
피고 택시가 정차 중 원고 차량의 추돌로 충격을 받았고, 운전자는 당일 두통을 호소하며 병원에 내원하였습니다. 초기 뇌CT에서 외상성 뇌실출혈이 의심되었으나, 이후 뇌MRI 검사에서 기존 질환인 뇌해면상기형종(cerebral cavernous malformation)으로 판명되었습니다. 법원은 교통사고의 충격으로 외상성 뇌실출혈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고, 운전자는 기존 질환인 뇌해면상기형종으로 인하여 입원치료를 받은 것이라고 판단하여 인과관계를 부정하였습니다. 원고(보험사)의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가 인용되었습니다.
이 판결에서 중요한 것은 초기 CT 소견이 외상성으로 의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밀검사(뇌MRI)에서 기존 질환이 확인되면서 결론이 완전히 뒤집혔다는 점입니다. 어떤 검사를 어느 시점에 시행했는지가 보상 여부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업무상 과로와 뇌출혈 – 기왕증이 있어도 보상이 달라지는 이유

교통사고가 아닌 업무상 과로로 뇌출혈이 발생한 경우도 마찬가지 구조로 다뤄집니다. 법원은 기왕증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업무상 부담이 기존 혈관질환을 가속화했는지를 별도로 판단합니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2023. 5. 18. 선고 2020가단105225 판결
만 42세 원고가 업무 수행 중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하여 뇌간의 뇌내출혈(자발성 뇌출혈)이 발생하였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였고, 원고는 사용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법원은 업무 수행으로 인한 과로 및 스트레스로 뇌출혈이 유발되었다고 인정하였습니다. 다만 기왕증 기여도를 90%로 반영하여 노동능력상실률 5.6%(영구장해)로 산정하였고, 도시일용노임 기준으로 만 65세까지의 가동기간을 인정하여 일부 손해배상을 인용하였습니다.
울산지방법원 2024. 10. 16. 선고 2022가단130011 판결
만 38세 원고가 업무량 증가로 인한 과로·스트레스로 뇌간의 뇌내출혈 진단을 받았습니다. 행정소송에서 업무와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이미 인정된 사안이었습니다. 법원은 인과관계를 인정하였으나, 기왕증 기여도를 90%로 반영하여 노동능력상실률 5.6%(영구장해)로 산정하였고 도시일용노임 기준 만 65세까지 가동기간을 인정하였습니다.
두 판결에서 공통적으로 기왕증 기여도 90%가 적용되었습니다. 이는 남은 10% 기여도에 대해서만 배상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기왕증 기여도 산정에서 어떤 근거가 제시되는지, 노동능력상실률이 어떻게 계산되는지에 따라 최종 보상액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사망과 후유장해가 동시에 발생했을 때 – 공제금 구조를 알아야 한다

뇌출혈로 인한 사망 사건에서 추가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사망 전에 이미 다른 신체 부위에서 장해상태가 고정되어 있었다면, 사망공제금과 후유장해공제금을 각각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됩니다.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다284462 판결
교통사고로 외상성 뇌출혈(지주막하, 경막하 출혈)과 오른쪽 팔의 외상성 절단 등의 상해를 입은 甲이 오른쪽 팔에 단단성형술[팔이나 다리를 절단한 후 의지(보조기구) 장착이나 치유를 돕기 위해 절단 부위 끝을 정리·성형하는 수술]을 시행받은 후 외상성 뇌출혈에 따른 뇌부종으로 사망하였습니다. 대법원은 단단성형술 시행 직후 팔의 손목 이상을 잃는 장해상태가 증상 고정된 것이고, 사망경위가 위 장해상태와 관련 없는 외상성 뇌출혈로 인한 뇌부종이었으므로, 위 장해상태를 사망으로의 진행 단계에서 거치게 되는 일시적 증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사망공제금과 일반후유장해공제금을 각각 청구할 수 있다고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뇌출혈로 사망한 사안에서 사망 전에 별도로 장해가 고정된 부위가 있을 때, 그 장해가 사망의 진행 과정으로 흡수되는 것인지 아닌지가 보상 범위를 크게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망사건에서 후유장해공제금이 별도로 존재하는지 여부는 반드시 검토해야 할 항목입니다.
여기서부터 혼자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뇌출혈 사건에서 인과관계를 둘러싼 다툼은 몇 가지 쟁점이 겹쳐 있습니다. 초기 CT소견과 정밀검사 소견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기왕증 기여도를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질병 인정이 민사 손해배상 소송에서 어떤 효력을 가지는지, 그리고 후유장해와 사망 사이의 공제금 구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입니다.
보험사와 사용자측은 기왕증을 전면에 내세워 기여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협상에 임합니다. 제시된 기여도가 합리적인 수준인지, 노동능력상실률 산정 기준이 적정한지, 의무기록에서 기왕증 관련 기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검토하지 않으면 제시 금액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 지금 이 3가지를 먼저 확인하세요 ]
하나. 사고 또는 사건 이후 처음 시행한 영상검사(CT·MRI)의 판독 소견과 최종 진단명이 일치하는지 확인하셨나요? 초기 소견과 최종 진단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인과관계 판단의 핵심 근거가 됩니다.
둘. 기왕증 기여도가 제시되었다면 그 수치의 근거가 무엇인지 확인하셨나요? 고혈압 진단 기간, 혈압수치 추이, 이전 치료이력이 기여도 산정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셋. 뇌출혈과 별도로 다른 신체 부위의 장해가 함께 발생한 경우, 각 손해 항목이 개별적으로 청구 가능한지 검토하셨나요? 공제금 구조에 따라 누락되는 항목이 생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