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운전자 사고 시 일실수익 산정

보험사 담당자가 이렇게 말합니다. “연세가 있으셔서 일실수익은 인정이 안됩니다.” 억울하지만 어디서부터 따져야 할지 막막합니다.

실제 법원은 같은 ‘고령 피해자’라도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판단을 내립니다. 어떤 경우에 일실수익이 인정되고, 어떤 경우에는 인정되지 않는지 최근 판결 세 건을 통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가동연한이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일실수익은 ‘사고가 없었다면 앞으로 벌 수 있었을 소득’입니다. 이 소득을 얼마 동안 인정할 것인지를 정하는 기준이 가동연한입니다.

대법원은 오랫동안 일반적인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아왔으나, 2019년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8다248909)을 통해 이를 만 65세로 상향했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만 65세까지는 일한다고 본다’는 것이 경험칙입니다.

문제는 피해자가 사고 당시 이미 만 65세를 넘겼을 때입니다. 보험사는 가동연한이 지났으므로 일실수익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법원의 판단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판결 1. 만 74세, 직접 농사를 짓고 있었다 — 2년 추가 인정

사건 개요

2022년 7월, 경북 영천의 삼거리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려고 진입하던 오토바이를 직진하던 화물차가 충격해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했습니다. 피해자는 여성으로 사고 당시 만 74세 3개월이었습니다. 기대여명은 15.71년이 남아 있었고, 생전에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며 오토바이로 인근 과수원을 오가며 직접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피고(화물차 측)는 “이미 가동연한을 넘었고, 수입을 증명할 자료도 없다”며 일실수익 자체를 부정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대구지방법원(2022가단136772)은 다음 세 가지를 근거로 사고일로부터 2년(2024년 7월 20일)까지의 가동연한을 인정했습니다.

첫째, 기대여명이 15.71년 남아 있었습니다. 둘째, 사고 당시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며 실제로 오토바이를 타고 과수원을 왕래하며 농사를 지어온 사실이 확인됩니다. 셋째, 우리나라 농업 종사자 중 7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소득 기준은 농촌일용노임(월 25일)이 적용됐고, 생계비 1/3을 공제한 일실수익은 40,626,955원으로 산정됐습니다. 다만 망인의 과실(50%)을 적용한 후 실제 인정액은 20,313,477원이었습니다.

보험사의 주장대로라면 일실수익은 0원이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판결 2. 만 64세 전후 화물차 운전자 — 65세를 넘기지 못했다

사건 개요

2020년 12월, 남성 피해자(사고 당시 만 64세 전후)가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유족은 망인이 화물운송계약을 체결해 일하고 있었으므로 만 70세 또는 최소한 사고일로부터 3년은 가동연한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대구지방법원 제3-1민사부(2023나307503)는 만 65세까지만 가동연한을 인정했습니다.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상 65세 이상 운전자는 자격유지검사를 받아야만 운전업무에 종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망인의 차량은 2011년식으로 사고 당시 약 60만km를 운행하여 내용연수를 이미 초과했습니다. 야간 화물운송을 주로 하는 업무 특성상 고령으로 인한 시력 감퇴와 주의력 저하가 계속 종사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점도 고려됐습니다.

다만 법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망인은 사고 당시 국민연금 노령연금(월 574,360원)을 수급하고 있었으므로, 법원은 일실노령연금을 사고 이후인 2021년 1월 4일부터 기대여명 종료일(2041년 1월 4일)까지 일실수입에 반영했습니다. 이 중 가동연한 종료 다음날(2021년 10월 4일)부터는 생계비 1/3이 추가로 공제됩니다. 일실노령연금 계산액은 65,291,004원이었습니다.

일실근로소득(22,982,217원)과 일실노령연금(65,291,004원)을 합산하면 88,273,221원입니다. 피고들 책임비율 60%를 적용한 후 원고들이 지급받은 금액이 결정됐습니다.

판결 3. 만 76세 — 일실수익 0원, 그러나 간병비는 인정됐다

사건 개요

2022년 12월, 76세 여성이 택시에서 하차하다 주택 앞에 설치된 디딤돌에 걸려 넘어져 우측 대퇴부 골절 등으로 약 14주 치료를 받았습니다.

법원의 판단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2023가단103690)은 일실수익을 0원으로 판단했습니다. 원고가 만 65세의 일반적 가동연한을 이미 11년 초과했고, 그 이후에도 계속 가동했다는 특별한 사정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입니다.

원고측은 자동차보험 약관상 만 76세 이상 피해자에게는 취업가능월수를 12개월로 인정하므로 이를 기준으로 일실수익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소송에서는 약관상 지급기준이 아닌 일반적인 손해배상 산정 기준을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간병비는 달랐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시 만 76세의 고령으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수술을 하면서 약 한 달간 입원하면서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였으므로 간병비도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로 봄이 상당하다.” 

입원 기간 간병비 4,160,000원이 손해로 인정됐습니다. 기왕치료비 합계 10,555,497원에 피고 책임 50%를 적용해 최종 재산상 손해는 5,277,748원이었습니다. 일실수익은 0원이었지만, 사고로 인한 치료 관련 손해는 별도로 인정된 것입니다.

실무에서 결과가 갈리는 지점

세 판결을 비교하면 법원이 중요하게 보는 요소들이 드러납니다.

첫째, 사고 당시 실제로 일하고 있었는지입니다. 74세 농업인은 오토바이로 직접 과수원을 오가며 농사를 지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조합원 자격 유지라는 기록도 있었습니다. 반면 76세 피해자는 만 65세 이후에도 계속 가동했다는 증거가 없었습니다.

둘째, 직종의 특성입니다. 농업은 고령 종사자의 비율이 높고, 자격·면허 등 법적 제한이 없습니다. 반면 화물차 운전은 65세 이상 자격유지검사 의무가 있고, 야간 집중도 요구가 높습니다. 이러한 직종 특성이 가동연한 연장 여부에 영향을 줍니다.

셋째, 기대여명과의 관계입니다. 74세 피해자는 기대여명이 15.71년 남아 있었습니다. 법원은 기대여명이 충분히 잔존하는 경우 특별사정 판단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고려합니다.

넷째, 일실수익이 0원이어도 치료비, 간병비, 위자료는 별도입니다. 일실수익 산정에서 불리한 결론이 나더라도 다른 항목에서의 청구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특히 고령 피해자의 입원 중 간병비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받기 유리한 구조입니다.

보험사 논리를 그대로 따르기 전에 확인할 것들

고령 피해자의 사건에서 보험사가 “가동연한이 초과됐다”는 말을 꺼내는 시점은 대부분 합의 제시 전입니다. 이 논리가 법원에서 어느 정도 통용되는지는 아래 세 가지 기록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사고 당시 실제로 종사하고 있던 직업·활동의 기록이 있는가.
조합원 자격, 사업자등록, 고용보험, 농협 거래내역 등 형태는 다양합니다.

해당 직종에 나이 제한이나 법적 요건이 있는가.
화물차처럼 자격유지검사가 필요한 직종은 65세 초과 인정의 허들이 높습니다.

일실수익이 없다면 위자료를 충분히 검토했는가.
가동연한이 지나 일실수익 산정이 어렵다면 다른 항목의 검토를 충분히 해봐야 합니다.

보험사가 제시한 합의금이 이 항목들을 검토한 결과인지, 아니면 단순히 ‘가동연한 초과’로 처리한 결과인지는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에 검토해야 합니다.

한 번 합의서에 서명하면 이를 되돌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교통사고 손해사정사를 통해 한 번 쯤 사건의 전체를 검토해 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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