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근개 파열, 보험사가 ‘퇴행성’이라고 하는 이유와 기여도 판정 기준

교통사고나 낙상사고 이후 어깨 통증이 생겨 MRI를 찍었더니 회전근개 파열 진단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보험사 담당자가 이런 말을 합니다.

“연세도 있으시고, MRI 소견상 퇴행성 변화가 동반되어 있어서 기여도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이 말이 억울하게 느껴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고 전에는 아무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사고 이후 갑자기 어깨를 들어올리지 못하게 됐으니까요. 그 억울함이 맞는 건지, 혹은 보험사의 판단이 맞는 건지를 따지려면 ‘기여도 판정’이 어떤 기준으로 이루어지는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회전근개 파열은 왜 기여도 분쟁이 많을까

회전근개(rotator cuff)는 어깨 관절을 감싸는 4개의 근육과 힘줄로 구성됩니다. 극상근(supraspinatus), 극하근(infraspinatus), 소원근(teres minor), 견갑하근(subscapularis)이 그것입니다. 이 중 가장 자주 손상되는 부위는 극상근입니다.

회전근개 파열이 기여도 분쟁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이 부위가 나이와 함께 자연스럽게 닳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40대 이상에서는 아무 증상이 없어도 MRI상 부분 파열 소견이 관찰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험사는 “사고 이전부터 이미 퇴행성 변화가 있었다”는 논리로 기여도를 낮추거나, 아예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려 합니다.

외상성 파열인지, 퇴행성 파열인지를 어떻게 구분하느냐가 보상 결과를 사실상 결정합니다.

외상성 파열과 퇴행성 파열, 구분 기준이 따로 있습니다

외상성 파열과 퇴행성 파열은 MRI 소견과 임상 경과를 종합해서 판단합니다. 어느 하나의 기준만으로 단정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퇴행성 파열은 주로 이런 특징을 보입니다. 증상이 서서히 나타납니다. 극상근 단독으로 손상되는 경우가 많고, 사고 이전부터 어깨 통증이나 운동 제한이 간헐적으로 있었던 경우가 해당됩니다. MRI상에서는 힘줄 주변 조직의 지방 침착(fatty infiltration)이나 근육 위축 소견이 함께 관찰됩니다.

반면 외상성 파열은 다음과 같은 패턴을 가집니다. 사고 전에는 어깨 통증이나 운동 제한이 없었고, 사고 직후 혹은 수일 이내에 갑작스럽게 통증과 운동 장해가 발생합니다. MRI에서 전층 파열(full-thickness tear) 소견이 급성으로 확인되고, 지방 침착이나 근육 위축은 초기 단계에서 뚜렷하지 않습니다.

나이가 많다는 것만으로 퇴행성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보험사가 자주 쓰는 논리가 “연령상 퇴행성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논리는 의학적으로도, 법리적으로도 그대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연령이 높을수록 퇴행성 변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증상 없이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던 사람에게 사고 이후 갑자기 파열이 확인됐을 때, 그 파열의 원인을 퇴행성으로만 보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핵심은 사고 전 증상 유무입니다. 사고 이전에 어깨 통증, 야간통, 위로 팔을 들어올리기 어려운 증상이 없었다면, 기존 퇴행성 변화가 있었더라도 사고가 파열을 유발하거나 촉진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인정될 수 있습니다. 법원도 이 점을 중요하게 봅니다.


기여도 판정, 어떤 자료와 기준으로 이루어지나

기여도 판정은 단순히 “얼마를 인정해줄까”의 문제가 아닙니다. 판정 결과에 따라 치료비, 위자료, 후유장해 보험금 전체가 영향을 받습니다. 기여도가 50%로 정해지면, 사실상 모든 손해배상 항목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판정에서 실제로 보는 자료들

기여도 판단에서 검토되는 자료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MRI 판독 소견과 파열의 형태입니다. 파열의 위치, 크기, 형태, 힘줄 두께, 지방 침착 정도를 통해 퇴행성 변화의 진행 수준을 추정합니다.

이때 기준이 되는 것이 Goutallier 분류입니다. 지방 침착 정도를 0등급(정상)부터 4등급(근육 내 지방이 근육량보다 많은 상태)까지 5단계로 나눕니다. 3등급 이상이면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된 만성 퇴행성 변화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등급이 낮거나 소견 자체가 없다면, 급성 외상에 가까운 파열로 해석될 여지가 생깁니다.

둘째, 사고 전후 진료 기록입니다. 사고 이전에 어깨 관련 병원 방문 이력, 약처방, 물리치료 기록이 있다면 사전 증상을 인정하는 근거가 됩니다. 반대로 전혀 없다면 무증상 상태였다는 방증이 됩니다.

셋째, 사고 경위와 외력의 크기입니다. 급격한 외력이 가해졌는지, 어깨에 직접 충격이 있었는지, 또는 팔을 뻗은 상태에서 충격을 받았는지 등이 외상성 기전을 지지하는 자료가 됩니다.

기여도 분쟁에서 자주 일어나는 상황

보험사가 자체 자문 의견을 통해 “외상 기여도 30~50%”이상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사실상 치료비와 후유장해 보험금의 50~70% 이상을 본인이 부담하는 결과가 됩니다.

문제는 보험사의 자문 의견이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가 아닌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주요 판독 소견 몇 줄을 기반으로 한 형식적 의견서인 경우가 있고, 사고 전 무증상 사실이나 사고 당시 외력의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기도 합니다.


손해사정사가 개입하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기여도 분쟁에서 손해사정사가 검토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MRI 판독 소견의 정확한 해석입니다. 파열의 형태가 급성 외상에 가까운지, 만성 퇴행에 가까운지를 판독 원문을 기반으로 분석합니다. Goutallier 등급이 판독지에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소견 표현 자체에서 퇴행성 변화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판독지에 기재된 표현 하나하나가 기여도 논쟁에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원문 표현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사전 진료 기록의 유무 확인과 정리입니다. 사고 이전 수년간 어깨 관련 진료 기록이 없다면, 이를 문서화해서 무증상 상태였음을 입증하는 자료로 구성합니다. 이 과정이 생략되면 기여도 협의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됩니다.

세 번째는 보험사 자문 의견의 내용을 분석하고, 반박 근거를 정리하는 작업입니다. 자문 의견서가 어떤 자료를 근거로 했는지, 누락된 부분은 없는지를 확인한 뒤, 이의제기 자료를 구성합니다.

기여도는 숫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록을 확인하고 어떤 자료로 뒷받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보험사가 제시한 수치가 협의의 시작점일 수는 있어도, 최종 결론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이 3가지를 먼저 확인해 보세요

**지금 상황에서 점검할 사항**
  • 사고 전 어깨 관련 병원 방문 기록이 있는지 확인했나요? (없다면, 그 사실 자체가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 MRI 판독지 원문에서 ‘fatty infiltration’ 또는 ‘근육 위축’ 표현이 있는지, Goutallier 등급이 몇 등급으로 기재되어 있는지 직접 확인했나요?
  • 보험사가 제시한 기여도 수치의 근거 문서를 요청해본 적 있나요?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명확하지 않다면, 보험사의 기여도 판단 근거를 그대로 수용하기 전에 한 번 더 검토할 여지가 있습니다.

기여도 협의는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에만 의미가 있습니다. 서명 이후에는 번복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기록을 어디서부터, 어떤 순서로 확인해야 하는지가 결국 보상 결과를 나누는 기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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