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보행 중 사고, 과실 비율은 과연 몇 대 몇일까요?

횡단보도 앞 신호 대기 여성 예시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났는데, 보험사 담당자가 전화로 “과실이 좀 있어요”라고 말하면 그 말을 그냥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실 처음에 그런 전화를 받으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를 거라 생각됩니다.

초록불이었는데…횡단보도를 걷다 차에 치였는데… 내 과실이 있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싶을 겁니다.

10년 넘게 대인보상을 다루면서 느낀 건, 횡단보도 사고에서 과실 비율은 ‘어떤 신호였느냐’, ‘어떤 차량이었느냐’, ‘어디에서 걷고 있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차이가 최종 합의금에서 수백만 원 이상의 격차를 만들어냅니다.

 

신호 있는 횡단보도 — 녹색이면 무조건 보행자 보호인가?

보행 녹색신호였다면, 보행자 과실은 원칙적으로 0%입니다

보행 신호가 초록불이고, 그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에 차량에 치였다면, 원칙적으로 보행자 측 과실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 경우 차량 운전자는 도로교통법상 보행자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법적으로도 과실의 무게는 운전자가 전적으로 부담하게 되어 있습니다. 실무에서도 이 구조는 일관되게 적용됩니다.

다만 보험사 측에서 종종 주장하는 게 있습니다. “보행자도 좌우를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논리입니다. 물론 이 주장이 아예 근거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보행 녹색신호 중 정상적으로 횡단하던 상황이라면, 이 주장이 실제 과실 산정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오랜 기간 사건을 다뤄보면, 이 부분이 초반 협의 단계에서 혼선을 만드는 지점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녹색 점멸신호에서 건너기 시작했다면 — 이건 다릅니다

여기서부터가 실제로 분쟁이 많이 발생하는 구간입니다.

녹색 점멸신호가 켜진 순간 횡단을 시작해서, 중간쯤 왔을 때 신호가 적색으로 바뀌고 사고가 난 경우. 이 상황에서는 보행자에게도 과실이 인정됩니다.

법원에서도 이 경우를 “적법하게 횡단보도를 통행 중인 보행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례들이 여럿 있습니다. 실무에서 다루다 보면, 피해자 본인은 “초록불에 출발했다”고 기억하는 경우가 많은데, 진술 정리를 제대로 못 하면 보험사가 이 부분을 이용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어떤 신호에서 발을 내딛었고, 사고가 발생한 시점에 신호가 어떠했는지를 정확히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런 사고에서는 망인이나 피해자의 과실이 20~25% 수준에서 인정된 사례들이 많습니다. 보험사가 이 부분을 근거로 합의금을 낮추려 할 때, 어떤 자료로 대응하느냐가 결과를 갈라놓습니다.

 

우회전 차량에 의한 사고 — 운전자는 반드시 멈춰야 합니다.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는 차량이 보행자 녹색신호에 따라 걷고 있는 보행자를 치는 사고, 생각보다 흔합니다.

이 경우 우회전 차량 운전자는 신호위반에도 해당합니다. 대법원이 오래전부터 명확히 정리해온 법리인데, 보행등이 녹색인 경우에는 우회전 차량도 횡단보도 앞에서 반드시 정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실무에서는 이 사고 유형을 다룰 때 블랙박스 영상 확보가 핵심입니다. 우회전 차량이 서행이라도 했는지, 일시정지 표시 앞에서 정지동작이 있었는지를 영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보험사측에서 “서행했다”, “보행자가 갑자기 나왔다”는 논리를 쓸 때 영상 분석으로 반박이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과실구조상 이 유형은 운전자 책임이 주도하고, 보행자 과실이 거의 인정되지 않는 방향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보행자가 횡단 전 차량 접근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던 특수한 상황이라면, 일부 과실이 붙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호 없는 횡단보도 — “신호가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말의 함정

 

신호등이 없다고 해서 횡단보도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횡단보도 표시가 도로에 그어져 있다면 법적으로 횡단보도이고, 차량 운전자는 보행자 보호의무를 집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모르는 분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보험사도 이 점을 이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신호등이 없는 곳이라 서로 조심해야 한다”는 식으로 보행자 과실을 얹으려는 시도가 실제로 있습니다.

주간에 시야가 충분하고 보행자가 정상적으로 횡단하던 상황이었다면, 법원에서는 운전자의 전적인 과실을 인정한 사례가 많습니다. 다만 야간이거나, 주변에 대형차량이 시야를 가리고 있었거나, 보행자가 좌우 확인 없이 갑자기 진입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 있다면 보행자 과실이 일정부분 인정될 수 있습니다

 

보험사가 자주 쓰는 논리, 실무에서 이렇게 보입니다.

10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나름의 패턴을 알게 됐습니다. 보험사측이 보행자 과실을 주장할 때 자주 꺼내는 논리가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차량이 먼저 횡단보도에 진입했다”는 주장입니다. 이건 법적으로 검토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법원은 차량이 먼저 진입했더라도, 그 이후에 보행자가 횡단하고 있고 그 상황이 위험을 초래한다면 운전자에게 일시정지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선진입이 면죄부가 되지는 않습니다.

둘째, “보행자가 야간에 어두운 옷을 입고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야간 사고에서 이 논리가 실제로 먹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시성이 낮은 상황이었다는 점이 보행자 과실 산정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과실 비율이 역전되지는 않습니다만, 양쪽 숫자를 조금씩 조정하는 방향으로 활용됩니다.

셋째, “자전거나 킥보드를 탄 상태였다”는 경우입니다. 이건 실질적으로 다릅니다. 전동킥보드·전동휠의 경우 2020년 12월 도로교통법 개정 이후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자전거를 탄 채 횡단보도를 건너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이동 수단의 종류가 과실 산정에서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 사고 후 이 3가지부터 확인해보세요

① 사고 당시 정확한 신호 상태 — 보행 녹색, 점멸, 적색 중 어느 시점이었는지

② 사고 장소에 횡단보도 표시가 있었는지 (신호등 유무와 무관하게)

③ 내가 건너던 이동 수단 — 도보인지, 자전거/킥보드를 탄 상태였는지

 

과실 비율이 중요한 이유, 보상금 계산에서 직접 보여드리면

예를 들어, 총 손해액이 5,000만 원이 산정된 사고가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보행자 과실이 0%라면 5,000만 원 전액 청구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보험사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과실이 20%로 책정되면, 실제 수령 금액은 4,000만 원이 됩니다. 1,000만 원이 줄어듭니다.

이게 단순히 숫자 싸움처럼 보일 수 있지만, 치료비·휴업손해·위자료·후유장해 보상이 모두 이 비율에 연동되기 때문에, 초반에 과실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전체 보상의 틀을 잡습니다.

제가 10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느낀 건, 과실 협의는 보험사가 먼저 제시한 숫자를 기준으로 협상이 시작된다는 겁니다. 그 숫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사실상 동의한 것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까지가 유일한 수정 기회입니다.

 

실무에서 과실 분쟁이 실제로 결론 나는 기준

오랫동안 이 사건들을 다뤄오면서, 과실 비율이 어느 방향으로 결정되는지는 결국 몇 가지 기록에서 결론이 납니다.

첫 번째는 CCTV·블랙박스 영상입니다. 어떤 신호였는지, 차량의 속도와 정지 여부, 보행자의 이동경로와 출발시점. 이 영상 자료가 있느냐 없느냐가 과실 다툼의 방향을 가릅니다. 사고 직후 영상보존 요청을 빠르게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두 번째는 목격자 진술입니다. 신호 상태가 애매한 사고일수록, 현장에 있던 목격자의 진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초기 경찰조사 단계에서 목격자가 확보되지 않으면 이후에는 복원이 어렵습니다.

세 번째는 사고경위 진술서입니다. 피해자 본인이 처음 경찰이나 보험사에 진술한 내용이 나중에 자료로 남습니다. 당황한 상태에서 잘못된 표현을 쓰거나, 신호상태를 부정확하게 말하면 이후 수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초기진술 정리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횡단보도 사고에서 “내가 건너던 중이었으니 당연히 보호받는다”는 생각이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어떤 신호였는지, 어떤 수단을 타고 있었는지, 영상이 남아있는지에 따라 실제 보상 결과는 달라집니다.

합의 전에 이 세 가지가 어떻게 정리되어 있는지 먼저 확인해보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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